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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을 여러개 맞추는 사람의 심리

혹시 휴대폰에 알람이 몇 개나 설정돼 있으신가요? 저는 5시10분부터 30분까지 5분마다 알람이 맞춰져 있습니다. 실제 기상하는 시간은 5시반임에도 "혹시" 알람을 못들을까봐 20분동안 알람을 들으며 일어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여러분도 6시부터 6시반까지 계속되는 알람을 설정해 놓은건 아닌가요? 또한 이걸 다 끄고도 또 ‘5분 뒤에 다시 알림’ 눌러본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시죠?

우리는 아침마다 알람과 밀당을 합니다. 일어나야 하는 건 아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고. 알람을 끄는 손가락은 왜 그렇게 빠르고 정확한지, 늘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알람을 한두 개가 아닌, 세 개, 다섯 개, 심하면 열 개씩 맞춰둡니다. 왜일까요? 오늘은 이 ‘알람 여러 개 설정하기’ 현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한 게으름일까요? 아니면 우리 뇌의 복잡한 생존 전략일까요?

 

알람은 시간 경고등

사실 알람은 단순한 소리 알림이 아니라, 우리 뇌에게 보내는 경고등 같은 신호입니다. “이제 일어나야 해, 시간이야!” 라고 알려주는 역할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 뇌가 이 경고등을 점점 무시하게 된다는 겁니다. 하루 이틀 그렇게 넘기다 보면, 처음엔 ‘기상’의 의미였던 알람이 어느새 ‘졸린데 일어나라는 귀찮은 소리’ 정도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하나의 알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스스로 “백업 알람”을 설정하기 시작합니다.

일종의 심리적 보험 같은 개념이지요. 첫 번째 알람은 그냥 워밍업이고, 두 번째는 긴장시키는 경고. 그리고 세 번째 알람이 ‘진짜’ 일어나는 알람이 되는 겁니다. 물론, 그조차도 스누즈 버튼으로 또 한 번 연장될 수 있지만요.

 

알람을 믿지 못하는 것은 정작 나입니다.

재미있는 건, 알람을 여러 개 설정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심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첫 알람에 일어날 리 없잖아…”

 

즉,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알람을 여러 개 설정합니다. 과거에 실패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무의식적으로 ‘한 번에 못 일어나’라는 자기 인식을 강화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 패턴이 반복되면, 알람의 ‘효과’도 점점 떨어집니다. 첫 알람이 울려도 긴장하지 않게 되고, 두 번째, 세 번째 알람도 그냥 스쳐지나가게 됩니다. ‘아직 마지막 알람 남았잖아’ 하는 마음이 생기니까요. 결국 우리는 알람을 여러 개 맞춰놓음으로써 스스로에게 느슨해질 수 있는 핑곗거리를 만들게 됩니다.

 

스누즈 기능, 사실은 집중력 파괴범?

많은 분들이 사용하는 ‘스누즈(Snooze)’ 기능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합니다. 스누즈 버튼을 누르면 보통 5~10분 뒤에 다시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되는데요, 이 기능은 잠깐의 휴식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상 수면의 질을 더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스누즈 후 다시 잠드는 그 짧은 수면은 우리가 말하는 ‘얕은 수면’도 아닌, 비정상적인 수면 파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잠든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상태.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뇌는 혼란을 겪게 되고, 오히려 하루 종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스누즈는 뇌에게 “일어나야 해!”와 “조금 더 자도 돼”라는 모순된 신호를 반복해서 주는 행위인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더 피곤해지고, 다음날 알람을 더 많이 맞춰두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려면?

그렇다면 이 알람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실 해결책은 ‘알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알람이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취침 시간 고정하기
    기상 시간보다 더 중요한 건 ‘언제 자느냐’입니다. 매일 밤 비슷한 시간에 자는 습관을 들이면, 아침 기상 시간도 자연스럽게 일정해집니다.
  2. 잠들기 전 스마트폰 멀리하기
    푸른빛(블루라이트)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합니다. 취침 1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대신 책을 읽거나 조용한 음악을 들어보세요.
  3. 침대는 ‘잠자는 공간’으로만 사용하기
    침대에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 뇌는 침대를 ‘자극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가능한 한 침대는 ‘휴식과 수면’의 장소로만 인식시키는 게 좋습니다.
  4. 첫 알람에 무조건 일어나기 게임화하기
    재미있게 접근해보세요. “3일 연속 첫 알람에 일어나면 내게 커피 한 잔 선물!” 같은 작은 보상 시스템을 만들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됩니다.

 

알람은 도구일 뿐

알람을 여러 개 맞춰두는 건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작은 불안’일지도 모릅니다. 내일 지각할까 봐, 중요한 약속을 놓칠까 봐, 피곤해서 또 못 일어날까 봐. 그래서 우리는 수십 개의 알람을 두고, 그 사이에서 무의식적으로 안심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알람의 개수가 아니라, 그 알람을 듣는 나의 습관과 몸의 리듬입니다. 
당신의 뇌는 생각보다 영리합니다. 몇 번의 반복만 있으면,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저절로 눈을 뜨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