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손바닥이 갈라지고 간지러운 증상 혹시 겪어 보셨나요? 이러한 증상은 주로 물을 많이 만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한테서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바로 주부 습진입니다. 주부 습진은 주로 가정 내에서 반복되는 물·세제 작업으로 인해 손과 손목 부위 피부 장벽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자극성 접촉피부염을 말합니다. 설거지나 세탁, 청소 등 매일같이 손을 물에 담그고 세제를 사용해야 하는 가사 노동 환경이 핵심 원인이며, 초기에는 가벼운 가려움과 건조감으로 시작해 방치하면 진물, 물집, 균열, 통증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주부 습진의 원인과 증상, 진단 방법, 치료 및 예방 방법, 생활 속 관리 요령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주부 습진의 원인
주부 습진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피부의 외부 자극 차단 기능이 약해지는 데 있습니다. 정상적인 피부는 각질층(표피의 최외곽 층)에 위치한 지질(세라마이드 등)과 단백질(케라틴 등)이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 손실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설거지·청소·세탁 등 반복적인 물·세제 노출은 이 지질과 단백질을 용해·제거하여 각질층을 얇게 만들고 보호 기능을 약화시킵니다. 보호 기능이 손상된 피부는 외부 자극에 더욱 민감해져 작은 자극에도 염증 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돌보거나 가족이 많은 가정, 음식점·미용실처럼 물일이 잦은 분들께서 주부 습진 발병률이 높습니다. 물·세제 사용 빈도가 높고, 물 온도가 높을수록 자극이 더 심해지며, 세제의 알칼리 성분이 피부 지질을 더 강하게 녹여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뿐 아니라 겨울철 난방으로 인한 실내 건조, 잦은 손씻기로 인한 잔여 세제 자극, 잘못된 보습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부 습진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주부 습진의 증상
주부 습진의 초기 증상은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 손등 부위에 가려움과 당김, 건조감이 느껴지는 단계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보습과 자극 차단 관리를 시작하면 비교적 쉽게 호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기 관리를 소홀히 하면 피부가 점점 갈라지고 진물이 나며, 물집이 생기고 심한 통증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2차 세균 감염이 발생해 치료가 더 어려워지고 흉터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피부과 전문의는 주부 습진을 진단할 때 먼저 병력 청취를 통해 물·세제 사용 빈도와 직업 및 가사 활동 패턴을 확인합니다. 이어 육안 소견으로 발적, 각질, 균열, 물집 등의 정도를 살피며,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여부를 감별하기 위해 패치 테스트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자극성 접촉피부염과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 혼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주부 습진 치료
치료의 기본은 ‘자극 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부 습진은 가사 노동을 완전히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국소 치료, 보습 요법, 보조 요법,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합니다.
국소 치료로는 염증과 가려움이 심할 때 약한 강도의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하이드로코르티손 등)를 단기간 사용합니다. 증상이 호전되면 강도를 낮추거나 스테로이드 비함유 크림으로 전환합니다. 2차 감염이 의심되면 항생제 연고나 경구 항생제를 추가로 투여할 수 있습니다.
보습 요법은 주부 습진 관리의 핵심입니다. 손을 씻은 직후, 그리고 세제·물에 노출될 때마다 세라마이드, 요소, 글리세린 성분이 포함된 보습제를 듬뿍 바르고 흡수를 돕기 위해 취침 시 면장갑을 끼고 자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보습 크림을 바른 후 바로 물에 닿지 않도록 최소 5분 이상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보조 요법으로는 급성기의 물집과 진물이 심할 때 멸균 생리식염수 찜질 또는 냉습포(차가운 물수건) 찜질이 통증 완화와 염증 억제에 도움이 됩니다. 만성기로 접어들면 자외선 B(UVB) 광선치료나 국소 면역조절제(타크로리무스 연고)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생활습관 개선
생활습관 개선도 필수입니다. 설거지나 청소 등 물일을 할 때는 얇은 면장갑 위에 니트릴 장갑을 착용해 직접적인 세제·수분 노출을 차단하세요. 장갑 안쪽이 땀으로 축축해지면 오히려 자극이 커질 수 있으니, 장갑 사용 후에는 안감을 말려 주시고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가사 작업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세제를 완전히 씻어낸 뒤 즉시 보습제를 바르며, 집안 습도를 40~60%로 유지하면 피부 건조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영양 관리도 주부 습진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타민 A·C·E와 오메가-3 지방산 같은 항산화·항염 영양소가 풍부한 식단은 피부 재생을 돕습니다. 또한 물을 충분히 마셔 체내 수분을 유지하고, 아연·비오틴 등 피부 건강에 필요한 미네랄을 적절히 섭취하세요.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간단 요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물일 시 면장갑+니트릴 장갑 착용
- 중성·약산성 세제 사용, 강한 알칼리 세제 피하기
- 손씻기 후 1분 이내 보습제 도포
- 주 1회 손 전용 스크럽으로 각질 제거 후 보습 강화
- 취침 전 보습크림+면장갑으로 집중 보습
초기에 적절히 관리하면 주부 습진은 빠르게 호전될 수 있지만, 방치하거나 자극이 반복되면 만성화되어 재발하기 쉽습니다. 증상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곧바로 자극 차단과 보습에 집중하시고, 상태가 심해지면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가사 노동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손 건강을 지키는 작은 습관 변화가 여러분의 통증과 불편을 크게 줄여 줄 것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위 관리법을 실천하시어 건강하고 쾌적한 손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